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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풍암저수지 걷기대회에 갔다가 코스모스를 봤다.
흰색, 연분홍, 진분홍 코스모스가 새로 생긴 아주 작은 도서관 앞, 아주 작은 화단 한 곳에 옹기종기 모여
참 청순하게도 피어 있었다. 대신 저수지 언덕배기는 새빨간 꽃무릇이 지천에 들불을 놓은 듯 번져 있었다.
예쁘긴 했다.
예전에 코스모스를 생각하면 길가에 나풀나풀 흐드러져, 끝간데 모르게 달려나가던 모습이었는데,
이제는 코스모스를 보려면 때맞춰 자전거로 승촌보를 달려야 한다.
예전이 언제냐면 시골 할머니네 집이 평동인데 광주에서 평동으로 가다보면 한 동네를 다 지나가도록
코스모스가 끊기지 않는 곳이 있었다. 지하철이 생기기 전에. 공단이 다 들어서기 전에.
이상한건 그 동네는 결국 지하철이 지상철이 되었고, 공단하고는 꽤 떨어져 있는데,
처음에는 조경을 한다고 요밀조밀 예쁜 꽃도 모둠모둠 심고는 하더니,
이제는 여영 그냥 풀무더기 언덕배기만 남아 있는 것이다.
왠 코스모스타령이냐고 하겠지만
이번에 노랑 코스모스가 외래종이라는 걸 처음 알게된 나로서는
예전 코스모스보다 노랑 코스모스가 더 예쁘다고 생각한것도 미안하고
이제는 화려한 노랑 코스모스가 더 많이 보이는 것이 속상하기도 해서이다.
사실 담쟁이처럼 다른 식물을 덩굴손으로 쥐어 감싸고 올라가서 결국 온 주위사방을
푸른 조막손으로 뒤덮는 가시박도 가끔 엄청 예쁘다고 생각하고 사진까지 찍었었다.
이번에 가시박 제거를 하면서 가시박 아래 덮힌 식물들이 까맣게 부엽화 되어 썩어가는걸 보니 기가 막혔다.
녹조로 뒤덮힌 강물의 아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햇빛차단막이 생겨 광합성을 못하게되어 잘자라지 못하다가 죽어가고, 썩어가는 거니까.
글을 올릴 생각은 아니었는데, 그제 풍암저수지의 아주아주 작은 화단에
마치 " 이것은 코스모스에요" 라고 전시라도 해놓은 듯한 코스모스 한 무더기를 보고서,
우리의 수목자원이 제 땅에서 제 마음대로 활개치고 건들거리고 나뒹굴지 못하고 있는건 아닌지 세삼 걱정이 되었다.
이 글을 읽는다면, 여러분께도 청소년환경학교에 참가하여, 광주천을 걸어보길 추천드리고 싶다.
내가 매일 마주하던 사소한 풀에 불과하던 것들에게
제각기 이름과 출생과 스토리가 있다는걸 알게되는것 만으로 벌써,
함부로 대할수 없는 관계맺음이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으로 이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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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09-25 09:3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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